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경주 함월산 기림사__우태하·윤제학

법열로 충만한 단풍 숲길 지나
‘광명의 부처님’ 곁으로

 

가을 햇살은 몸보다 마음을 먼저 건드립니다. 그 따사로움은 살갗의 느낌보다 한 걸음 앞서 마음을 토닥입니다. 바람은 또 어떻습니까. 허공을 떠돌던 꽃들의 향기를 곱게 모아서 열매에 불어넣습니다.
지난여름에는 주제넘은 걱정을 했었습니다. 나뭇잎들이 화상을 입으면 어쩌나 하고 말입니다. 괜한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올가을 단풍은 유난히 고와 보입니다.
단풍은, 본래 ‘적광정토(寂光淨土)’인 이 세계를 장엄하는 생명의 노래입니다. 그 찬란한 ‘빛깔(色)’의 근원은 ‘빛’이기에, 그 모습 그대로 ‘공(空)’입니다. 지금 우리의 대지는 ‘법열(法悅)’로 충만합니다. 부처님 만나기 좋은 계절입니다.
『삼국유사』 「권2」 <기이> 편 ‘만파식적’ 조를 보면, 신라 신문왕 2년(682) 왕이 감은사 앞바다로 흘러온 작은 산으로 된 섬에서 ‘용’으로부터 옥대와 ‘만파식적’을 만들 대나무를 받은 다음 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림사 서쪽에 있는 시냇가에서 수레를 멈추고 점심을 들었다”는 기록이 보입니다.
‘기림사’는 천 년 세월 저편에서부터 우리 역사와 함께한 절입니다.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범마라국(인도)의 광유성인(光有聖人)이 창건하고 절 이름을 임정사(林井寺)라 했다 합니다. 이후 선덕여왕 12년(643) 원효 스님이 중창하고 이름을 기림사(祈林寺)로 바꾸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장 오래 머무셨던 ‘기원정사’와 옛 ‘임정사’의 첫 글자를 따서 이름으로 삼은 것입니다.
기림사의 사역은 크게 두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불전인 ‘대적광전’(보물 제833호) 영역과 그 서쪽의 삼천불전과 성보박물관이 있는 공간입니다. 삼천불전 영역의 전각들은 대부분 1970년대 말 이후에 조성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실제로 절에 가 보면 고격을 잃지 않은 모습입니다. 대적광전을 비롯해 진남루, 응진전, 약사전 등 금당 영역의 건물은 모두 검박한 구조미를 보이는 맞배지붕 양식에 단청이 바래 백골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근래에 불사를 하면서도 옛 모습을 지키려 한 의도를 충분히 느끼게 합니다.
현재의 기림사는 불국사의 말사이지만 일제 강점기 때는 31본산의 하나로 불국사의 본사였습니다. 사세가 역전된 것이지요. 덕분에 얻은 것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관광지인 경주의 절인데도 고즈넉한 산사의 풍모를 간직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기림사는 단풍 고운 이 계절에 더욱 빛납니다.
기림사 일주문에서 사천왕문으로 이어지는 숲의 회랑은 법신의 광휘로 충만합니다. 정녕 광명의 부처님께로 가는 진리의 숲길입니다.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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