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공동체 문화를 찾아서|미국, 모닝스타 젠도__안희경

종교 소통(interfaith)의 산실을 가다
미국, 모닝스타 젠도(Morning Star Zendo)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불교가 실현해야 할 가치란 무엇일까? 틱낫한 스님은 20세기 말 뭇 중생에 대한 영어로 된 설명을 간략하게 상호 존재(interbeing)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중생은 영어로 ‘감각 있는 존재(sentient being)’라고 통용되어왔다. 한국어로는 유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영어 사전에는 ‘불교적으로 중생을 일컫는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과학이 대중화되면서 자주 눈에 띄는 단어이다.
생명공학이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20세기 말부터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란이 일었다.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프린스턴대학교 교수이자 시대를 대표하는 윤리학자인 피터 싱어는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생명에 대한 여러 정의 가운데, 본인은 불교에서 말하는 ‘유정’이란 개념을 가장 근접한 것으로 여긴다고 했다. 국제생명윤리학회 위원인 그는 학회의 공식적인 의견 역시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국제생명윤리학회는 생명에 대한 공식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는다”라는 공식적인 의견이다. 그만큼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논의는 논란의 중심에 있다. 생명공학에 점점 더 자본이 집중되기에 이 정의는 법적, 산업적 분쟁의 요소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생명의 시작에 대한 논의는 과학 철학 분야에서 다방면으로 탐구되고 있는 대상이라 정의 내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런 가운데, 틱낫한 스님이 세상에 통용시킨 상호 존재라는 개념은 학술적, 사회적 경계를 넘어 많은 이들에게 탁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일반명사화되어가고 있다.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에 대한 존재 근거를 간략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며, 기존 영어에서 규정하는 인간(human being)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만물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된 생태적 원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대체 단어로 상호 존재를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바로 석가세존께서 남겨놓은 진리이다. 진화생물학자와 뇌 과학자들의 연구 또한 서로 연결되어 생존할 수밖에 없는 생명의 이치를 더욱 자세히 드러내며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현대 불교는 붓다의 깨달음을 오늘날 어떻게 구현해내고 있는가? 갈등의 골이 세분화되어 깊어지는 가운데 ‘생명, 평화, 평등’의 가르침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고 실현해나가는 데 뜻이 모이고 있다. 세계 불교 지도자들은 모두 우리가 상호 존재적 바탕에 있기에 이 세 가치를 추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호에서는 평화와 평등의 가치를 지난 30여 년 동안 수행과 보시, 사회적 활동을 통해 꾸준히 확산시켜오고 있는 젠 피스메이커 종파의 구심점 가운데 한 곳인 모닝스타 젠도를 살펴본다. 특히 모닝스타 젠도는 종교 간 평화를 물리적으로 이뤄낸 서구 불교의 상징적 공간이다.
모닝스타 젠도는 공간만큼이나 이곳을 창건하고 지금도 지도하고 있는 로버트 에드워드 케네디(Robert Edward Kennedy) 선사(85세)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케네디 선사는 예수회 신부이며 신학교수이자 정신분석학자이며 일본 백매종단(White Plum Asanga)의 스님이다. 1951년 8월 8일 예수회에 들어가 1965년 신부 서품을 받았다. 청년 시절부터 일본에서 신부 수업을 받았으며 1976년부터 참선 수행을 시작했다. 근현대 일본 선불교의 대표적인 스승 가운데 한 명인 야마다 쿄운 선사 밑에서 수련했다. 미국으로 옮겨와서도 참선 수행을 계속했으며, 1991년 일본 불교계인 백매종단으로부터 참선 지도자로 인정을 받았고 1997년 법맥을 계승하는 인가를 받으며 ‘로시(roshi)’ 칭호를 받았다.
케네디 선사의 이력은 일본 선불교가 미국으로 넘어와 대중에게 다가간 발자취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의 스승 세 분은 일본 선불교의 법맥이 서구에 자리 잡는 데 공헌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케네디 선사가 일본에서 수행하던 시절 야마다 로시 문하에는 직업, 종교 인종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으며, 미국에서 그를 지도한 마에주미 선사는 남부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일본 선불교를 확산시킨 인물이다. 케네디 선사는 마에주미 선사의 대표적인 제자 중 한 명인 버니 글래스만 선사로부터 인가를 받았다. 특히 버니 글래스만은 미국 동부 보스턴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더욱 사회 참여적인 활동으로 불법을 확산시킨 인물이다. 1996년 버니 글래스만은 백매종단 내에 젠 피스메이커라는 교파를 열었다. 내면의 평화를 너머, 지역사회, 이스라엘과 아일랜드 같은 종교 분쟁 지역뿐 아니라, 인종 청소가 자행됐던 아우슈비츠를 중심으로 세계 평화의 길로 불자와 시민들을 안내하는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케네디 선사는 버니 글래스만의 제자라기보다 오랜 도반으로 젠 피스메이커의 원로 법사로서 부처님의 법을 전하고 수행하는 이들을 이끄는데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
케네디 로시는 로마 교황청의 인정을 받은 가톨릭계의 스승이기도 하다. 지금도 미국 뉴저지 주 저지 시에 있는 세인트피터스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뉴욕 시에 있는 유엔대학에서는 정치학에서 영성 의식을 가르치는 대표적 교수로 명성을 얻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와 그의 사찰인 모닝스타 젠도는 종교가 평화로이 공존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모델을 세상에 보여주었다. 최근 10여 년 동안 신학대학에서는 종교 간 소통(Interfaith)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제는 하나의 필수 과목처럼 거쳐가기도 하고, 불교와 이슬람교를 전공하는 신학대학 박사들이 끊임없이 배출되고 있다. 그런 학생들에게 케네디 선사의 저서 『선심(Zen Spirit)』과 『기독교 정신과 기독교인에게 전하는 선물 ‘선’(Christian Spirit and Zen Gifts to Christians)』은 필독서로 통용된다.

케네디 선사가 보여준 종교 공존의 핵심은 무엇인가?

모닝스타 젠도에는 매일 아침 5시 30분이면, 출근길 시민들이 선방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오전 7시까지 이어지는 아침 참선은 일 년 내내 계속되고 있다. 토요일이면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참선과 법문이 열리는 법회를 한다. 매달 마지막 토요일은 오후 5시까지 하루 종일 참선 수행이 계속된다. 뉴저지 주 저지 시에 있는 모닝스타 젠도는 인근 뉴욕 주와 뉴욕 시에 있는 산중 사찰과 도심 젠도 및 교회에서 거행되는 대규모 법회와 연계해 하나의 사찰처럼 활동하는데, 이곳에서는 돌아가며 정기 수련회를 개최한다. 수행자들은 상황에 따라 일주일 혹은 사흘 동안 진행되는 참선 수련회에 참가하거나, 장기 휴가를 내서 여름과 겨울 안거에 참여하기도 한다. 특히 케네디 선사는 미국 전역을 비롯해 영국, 아일랜드, 폴란드, 멕시코, 일본 등지에서 열리는 법회와 수련회에 지도법사로 초대받는데, 모닝스타 젠도의 수행자들도 동참한다. 필자가 방문했던 지난 9월에 케네디 법사는 곧 있을 에콰도르 키토에서 열리는 법회에 초청 법사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 밑에서 오랜 시간 수행해온 제자가 로시 인가를 받는 법회라고 했다. 케네디 선사가 길러낸 법 제자로 인가를 받은 로시는 15명에 이른다. 그의 활동 범위만큼 백매종단의 선풍이 미치는 범위가 아시아뿐 아니라 남북 아메리카, 유럽으로 확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케네디 선사가 이끄는 수행처에서는 그 누구도 서로의 종교를 묻지 않는다. 케네디 선사가 일군 문화이다. 그는 자신이 야마다 선사와 참선 수련을 할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선사는 그에게 단 한 번도 불자가 되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오로지 참선 수행만을 전하고자 주력했다고 했다. 마에주미 선사, 버니 글래스만 선사도 신부를 버리고 불교 승려로만 전념할 것을 강요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스승들은 참선을 공부하는 것만으로 모든 길에서 하나 되는 진리에 도달할 것이라 했으며, 석가모니께서도 불교도가 되라 가르치지 않으셨다고 했다 한다. 오직 그에게 한 한 가지 조언은 예수님께서도 스스로를 비워내고 예수의 길에 다다랐다는 말뿐이었다 한다. 케네디 선사는 참선이야말로 종교를 넘어서 인간이 보다 숭고한 인간다움에 이르는 길이라고 했다. 자신은 참선 수행을 함으로써 보다 깊은 경지의 가톨릭 수행자가 될 수 있었고, 보다 나은 인간의 길에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매일 아침 모닝스타 젠도에 와서 참선하는 수련자 가운데는 루터교 목사도 있다. 종교를 묻지 않는 모닝스타 젠도의 문화에 대해 유대교인들은 특히 감사를 표하는데, 그 이유는 종교적 이유로 인종 청소를 당했던 과거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모닝스타 젠도가 안내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방석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아 호흡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듣는다. 내면에서 올라오는 소리, 스승의 가르침. 오직 듣는 그 자리에서 기존의 생활 방식, 마음의 습관은 드러나며 멈출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지난 20여 년 동안 미국의 불교는 생활 곳곳으로 스며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샐러드드레싱 광고에 ‘옴’을 흉내 낸 ‘염(Yum, 영어의 맛있다는 표현 yummy에서 차용)’을 염하며 참선하는 여성이 등장하고 스파마다 불교 용어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일반화되어 특정 장면만을 부각하기보다는 생활 속 일상 모습으로 등장한다. 참선, 불교적 명상의 유행 때문이라 할 수 있을 만한데, 과연 불교 수행 기풍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케네디 선사는 짧게 “향수 효과”라고 표현했다. 잘 차려입고, 매혹적인 향기를 뿌려 매무새를 마감하는 치장이라 할 수 있겠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의 영향이 확산되면서 서구 대중에게 불교가 친숙해졌고, 티베트 불교가 사회정의를 일으키는 내면의 혁명 및 사회적 변화의 요구에 부흥하며 자리 잡았으며, 21세기에 와서는 정신적 혼돈 속에서 위빠사나 수행이 현대인의 심리 치료처럼 일상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케네디 선사는 표피적인 접근으로 수행을 기웃거리다 막상 참선하는 과정의 치열함을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다고 안타까워한다. 내면의 세계와 만나는 그 과정에서 뚫고 나가지 못하고 달아나는 현대인의 불안 심리는 한국과 미국, 불교 전통이 자리한 지역과 불교가 확산일로를 걷는 지역 구분 없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모닝스타 젠도에는 아침이면 참선 수행자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현판도 걸려 있지 않은 주택가에 자리한 콘도미니엄(미국식 아파트로 자가 소유의 공동주택) 속 수행처에는 고요 속에서 치열한 자기와의 대화, 그 대화 너머 적정의 세계에 다다르는 이들의 활동이 꾸준하다. 이들은 고요 속으로 한 뼘 더 다가감으로써 세상에 존재하는 고요의 기운을 키워내고 있다. 이들은 또한 내면의 평화 너머 거리로 나와 가난한 이들과 함께 거리에서 먹고 자는 참선 수련회를 열기도 하고, 분쟁 지역 난민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고 몸으로 행하며 평화를 일구기도 한다. 종교를 너머 내면으로 들어갈 때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선한 본성이 이끄는 그 길로 나아가는 이들이다. 그 길에서 차이를, 낯섬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며 환영하는 수행자들이다. 그 길의 선두에 로버트 에드워드 케네디 선사가 불을 밝히고 있다.
안희경|재미 칼럼니스트

 

모닝스타 젠도를 이끄는
로버트 에드워드 케네디 선사

 

 

현대 불교는 붓다의 깨달음을 오늘날 어떻게 구현해내고 있는가? 갈등의 골이 세분화되고 깊어지는 가운데 ‘생명, 평화, 평등’의 가르침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고 실현해나가는 데 뜻이 모이고 있다. 세계 불교 지도자들의 행보가 이를 뒷받침하며, 특히 서구를 무대로 진행되는 콘퍼런스나 학술대회, 명상 대법회 등에서는 획일적일 정도로 이 세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모두 우리가 상호 존재적 바탕에 있기에 이 세 가치를 추구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진은 모닝스타 젠도 회원들의 활동 모습)

 

 

모닝스타 젠도는 젠 피스메이커 종파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으로 평화와 평등의 가치를 지난 30여 년 동안 수행과 보시, 사회적 활동을 통해 꾸준히 확산시켜오고 있다. 특히 이곳은 종교 간 평화를 물리적으로 이뤄낸 서구 불교의 상징적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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