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미세 먼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5. 세계 주요 국가의 미세 먼지 현황과 대책__김동환

미세 먼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최근 우리는 일 년 내내 전국적으로 미세 먼지가 발생하는 심각한 상황 속에 살고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 몸이 미세 먼지에 노출되면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하며 사망률도 높아진다고 한다. 때문에 미세 먼지야말로 국민 건강에 치명적인 위해를 끼치는 침묵의 살인자라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미세 먼지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해법을 제시하기 위해 연속 기획으로 미세 먼지에 대해 세밀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미세 먼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올바른 대처 방안을 강구해보고자 한다.

 

5. 세계 주요 국가의
미세 먼지 현황과 대책
김동환│국제전략자원연구원(IISR) 원장, 『오늘도 미세 먼지 나쁨』 저자

 

1967년 10월 24일 화요일,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니헤터(DN: Dagens Nyheter)』에 토양학자 스반테 오덴(Svante Oden)의 ‘강수의 산성화(Nederbördens försurning)’라는 논문형 기고문이 실렸다.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되었다면 일반적으로는 대중매체에 소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특별하게도 일간지에 가장 먼저 게재된 것이다. 일간지를 통해 하루라도 빨리 대중에 알려야 했던 상황만큼, 이 기사는 스웨덴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즉각적인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스웨덴 산림 황폐화와 호수 오염은 석탄 연소 등의 화석연료로 발생한 이산화황(SO₂)과 기타 대기오염 물질이 원인이며, 오염원이 스웨덴 내부가 아니라 국경 밖에서 발생해 바람을 타고 유입된 것임을 최초로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스웨덴의 환경오염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어서, 농장과 산림이 산성비로 초토화되었고 8만여 개 이상에 달하는 호수 중 절반에 해당하는 4만여 개엔 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였다.
스웨덴 정부는 즉시 토양학자 스반테 오덴의 연구를 발전시켜, 19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인간환경회의(UNCHE)에서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함께 산성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오염 물질 배출국으로 지목된 유럽 강대국 들, 특히 독일과 영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탓에 다른 국가들도 피
해 당사국들이 제기한 산성비 문제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유
엔인간환경회의(UNCHE)와 유럽경제위원회(UNCEC)가 북유럽 피해 당사국들의 주
장에 대해 합동 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유엔인간환경회의와 유럽경제위원
회는 1972년부터 1977년 사이에 여러 연구를 진행해 대기오염 물질이 수천 킬
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는 명확한 과학적 증거들을 찾아냈다. 명백하게 밝혀진
사실 앞에서 독일과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산업 국가들은 부정적이었던 기존의
입장을 접고, 장거리 월경성(越境性)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적 수준에서의 협력과 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1979년 11월 13일 환경보호와 관련한 유럽경제위원회 고위급회의에
서 ‘장거리 월경성 대기오염 협약(CLRTAP: Convention on Long-Range Transboundary
Air Pollution)’이 채택되었다. 32개국의 서명을 받아 1983년 발효되었으며, 2017
년 10월 기준으로 총 51개국이 가입했다. 광범위한 지역의 대기오염 문제를 다
루는 첫 번째 국제 조약으로서, 월경성 대기오염 협약을 바탕으로 대기오염 저감
에 대한 국제 협력의 원칙을 제시하고 연구 및 정책에 대한 기구적(institutional) 체
계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유럽 공동체의 대기오염 물질 배출 저감 노력은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1990년 이후 유럽 지역의 주요 배출 물질은 40~80%까지 저감되었다. 유황 배출을 줄인 덕분에 유럽의 여러 지역에서 산성화 물질의 침전 수준이 기준치 이하로 낮아졌고, 질소산화물의 배출 저감 노력을 통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0여 년간 납 성분의 배출을 약 80%나 감소시켰다.
월경성 대기오염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유럽의 사례는 한국 대기오염의 현실을 살펴보게 만든다. 우리나라에 고농도 초미세 먼지(PM2.5)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는 봄철에 중국에서 불어오는 편서풍과 기후온난화로 인한 한반도 대기 정체 및 가뭄 등을 꼽을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중국에서 날아온 장거리 월경성 대기오염이다. 중국 동쪽에 집중된 산업경제권인 징진지(京津冀 : 베이징, 톈진, 허베이), 창산자오(長三角 : 상해, 장쑤성, 저장성), 주산자오(珠三角 : 광저우, 홍콩, 마카오)에서 발생하는 초미세 먼지(PM2.5)가 편서풍을 타고 반나절 만에 우리나라 전역에 유입되어 국내 대기오염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국 언론에서 미세 먼지의 주요 발생원으로 중국을 지적하고는 있지만, 그 근거 자료는 한국의 독자적인 연구로 도출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중국을 옆에 앉혀두고 함께 연구하지 않는 한, 한국의 주장은 편파적, 주관적, 일방적이라는 중국의 색안경을 벗겨낼 수 없다.
스웨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 정책 기초 수립의 핵심은 먼저 ‘어디’에서 오염이 시작되는지를 자체적으로 명확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기구 등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주체를 동원해 오염 물질이 ‘어떻게’ 퍼져 나가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는 데 있다. 우리 정부가 일찍이 이를 이해하고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교한 대기질 관리 정책을 집행했더라면 매년 반복되는 미세 먼지 피해는 방지하거나 줄일 수도 있었다. 이제라도 국제기구 공동 연구 등을 통해 중국발 월경 미세 먼지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한중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부단한 외교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미세 먼지 저감 협의뿐 아니라 국내에서 또한 미세 먼지를 자체적으로 저감할 수 있는 대책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이미 미세 먼지 저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 국가들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는 2017년 ‘기후 계획(Plan Climate)’ 로드맵을 수립하고 미세 먼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2040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와는 또 별개로 파리시는 2024년까지 경유차, 2030년까지 휘발유차까지도 퇴출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에 따라 저탄소 운송수단 보급을 위해 2025년 대중교통 탈탄소화, 2024년 무인 자동 셔틀 방식의 대중교통 체계 도입을 제시했다.
영국도 지난해 ‘클린 에어 전략(Clean Air Strategy)’의 일환으로 ‘수송 부문 이산화질소(NO2) 농도 감축 계획’을 발표하며 신규 휘발유 차량과 경유 차량의 판매를 중단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한 2017~2021년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약 1,200억 원가량의 예산을 배정하기도 했다.
EU집행위원회(Commission of the European Communities)는 미세 먼지와 대기오염으로 연간 40여 만 명의 조기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회원국들의 적극적인 조치를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한 예로 2015년 EU집행위원회는 미세 먼지의 배출 허용 기준 농도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불가리아와 폴란드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 회원국이 관련 규정을 어길 경우, 강력한 제재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특히 미국 로스앤젤레스 당국의 미세 먼지 저감을 위한 인내와 각고의 노력은 우리 정부, 정치인, 관료들이 참고만 해서는 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배워야 할 것이다. 1940~195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는 대기오염의 도시로 악명을 떨쳤다. 오염의 주범은 급속하게 증가한 자동차 배기가스였다. 로스앤젤레스는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해 꾸준하고 끈질기고 독하게 노력한 끝에 결국 ‘스모그 도시’란 오명에서 벗어났다. 그 성공의 핵심은 불가능하리라 싶을 만큼 가혹했던 자동차 배기가스 통제였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성황리에 치른 지 2년여 되던 1990년 당시,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은 ‘저공해(무공해) 자동차(LEV: Low Emission Vehicle) 기준’을 시행하고 자동차 제조 업체에게 오염 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자동차(Zero Emission Vehicle) 판매 비중을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2%로, 2001년부터 2002년까지는 5%로, 2003년 이후에는 10%로 높이도록 요구했다. 사람들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당시엔 전기자동차 기술 수준 자체가 그 정도로 성숙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은 어쩔 수 없이 1998년부터 2001년까지는 무공해 자동차 판매 목표를 유예하기로 했다. 그 뒤에도 여러 차례 목표를 수정해야 했고, 계속되는 압박에 뿔난 자동차 기업이 소송을 제기해 법정 싸움까지 휘말리기도 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이 계속 악을 쓰고 버티며 여기서 얻어터지고 저기서 들이받히는 그 와중에도 전기차 기술 발전에 점차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결국 미국의 다른 10여 개 주에서도 캘리포니아 주의 환경 기준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은 대기오염 개선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경제적·기술적 한계를 핑계 삼지 않고,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유해 환경 개선이라는 유일 목표만을 최상위에 두었다. 경제적·기술적 한계는 오히려 채찍질해가면서라도 끌고 가리라 작정한 것이다. 뚝심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명확한 목표를 세우기 전에 이런저런 상황을 먼저 고려하고 눈치 보다가 있으나마나 한 계획만 세우기보다는, 캘리포니아 환경보호청 사례와 같이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두고 그에 맞는 정책과 행정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 올바른 순서가 아닐까.
미세 먼지 저감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오래고 고된 질주를 각오해야만 한다. 심지어 우리는 지구상 최대의 굴뚝과 이웃하고 있는 지정학적 부담까지 갖고 있다. 50여 년 전,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적극적이고 꾸준하게 소통하고 설득하고 이해시킨 노력의 결과로 대자연의 맑은 공기를 되찾은 스웨덴의 경험이 시사하는 바를, 우리의 지혜로 발전시켜나가야 할 때다.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 니헤터 (DN: Dagens Nyheter)』에 실린 ‘강수의 산성화(Nederbördens försurning)’(사진 왼쪽),
산성비로 황폐화된 스웨덴의 산림(사진 오른쪽 위). 토양학자 스반테 오덴(Svante Oden) (사진 오른쪽 아래).
출처: Outcome of an International Symposium in Stockholm 6-7 November 2017. 그래픽 편집: 저자 작성


초미세 먼지(PM2.5) 주요 발원지 출처: 저자 작성


 

김동환│‘국제학’과 광물 및 금속을 비롯한 ‘자원 분야’를 융합시켜 ‘국제자원정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 있으며, 현재 해외 자원 개발 및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국제전략자원연구원(IISR)’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오늘도 미세먼지 나쁨』, 『중앙아시아』, 『희토류 자원전쟁』, 『레드 앤 블랙: 중국과 아프리카 신 자원로드 열다』, 『금속의 세계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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