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11월 화요 열린 강좌|남겨진 시간에 대처하는 자세__박형진

남겨진 시간에
대처하는 자세
『돌아가는 길, 나의 등불』

임정애 외 지음,
여름 刊, 2018

 

의사는 환자에게 치료 가능성과 방법을 수학적으로 계측해 제시하고, 의학 기술이 확보한 영역 안에서 치료를 실시한다. 하지만 의학 기술과 인체와 관련한 지식은 모든 질병을 정복하지는 못했기에 환자에게 잔혹한 선고가 내려지기도 한다. 의학 기술이 발걸음을 멈추는 자리에 놓인 환자에게는 신체적인 치료만으로는 충족되기 어려운 심리적·정신적 관리가 필요하게 된다. 특히나 말기 환자에게는 가족, 친구, 지인 등 넓은 차원에서의 의료가 필요하다. 물론 환자 자신의 마음가짐 또한 중요하다.
호스피스·완화 의료의 필요성이 점차 증가하는 이유는 질병 구조의 변화와 말기 환자의 증가, 전통적인 가족 형태의 변화로 인한 케어 부담의 증가, 인간다운 죽음의 권리 보장, 말기 환자의 의학적 요구 수용 및 의료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스피스 대상자는 더 이상 의료적인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질병에 의한 결과이든 그렇지 않든 죽음을 앞둔 모든 사람들이 호스피스의 대상자이며 여기에는 환자뿐만 아니라 환자의 가족까지 포함된다.
『돌아가는 길, 나의 등불』은 호스피스·완화 의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를 넓히고, 특히 불교의 관점에서 죽음을 앞둔 말기 환자들이 지녀야 할 마음가짐과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나아가 건강한 모든 불자들이 자신의 죽음, 가족의 죽음을 생각하고, 어떤 임종을 맞고 싶은지, 그리고 보호자로서 어떻게 가족의 임종을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들은 호스피스·완화 의료는 잘 죽는 것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잘 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요컨대 말기 환자와 보호자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료 활동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호스피스·완화 의료에서는 의학의 언어뿐만 아니라 불교의 관점에서도 함께 연계해 발전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먼저 의사들이 진료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통해 호스피스·완화 의료의 중요성에 대해서 설명하고, 말기 환자와 보호자들이 불교의 관점에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 임종 과정 중에 생겨날 수 있는 일과 대처법 등을 문답식으로 정리한다. 여기서 특히 강조되고 있는 호스피스·완화 의료의 특징은, 의료진이 아니라 말기 환자와 보호자가 중심이라는 점, 원인 치료보다 증상 완화가 목표라는 것, 신체적·정서적·사회적 영적 고통을 돌보는 전인 의료를 행한다는 점, 의료진과 종교가, 사회복지사, 봉사자가 팀이 되어 말기 환자와 보호자를 돌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호스피스·완화 의료에서 불교적 사생관에 대한 이해와 임종을 맞는 불자 환자와 가족들의 자세가 중요해진다. 이 책은 인간의 생에 대한 이해와 죽음을 필연적으로 보는 불교의 관점에서 임종을 준비할 필요가 있으며,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말기 환자가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이와 같은 불교의 사생관을 수행을 통해 이해하는 것이 우리 생의 남겨진 시간을 잘 살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죽음에 대한 불교의 가르침을 이해하고, 생의 마지막을 편안하게 맞이하는 자세를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이 책에서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말기 환자와 보호자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있다. 호스피스·완화 의료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가 편한 마음으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충분히 말하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스스로가 잘 살아왔다는 생각을 가지고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을 충분히 가족에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환자가 하는 말을 충분히 귀 기울여 듣고 안심시키고 위로하는 것, 그리하여 남겨진 시간을 충실하게 보내는 일이 돌아가는 길을 밝은 빛 가운데 맞이하는 방법임을 저자들은 강조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부처님의 진정한 가르침이자 수행의 첩경이기도 하다.
11월 <화요 열린 강좌>에서는 『돌아가는 길, 나의 등불』의 대표 저자인 임정애 교수를 초청해 ‘호스피스·완화 의료’에서의 불교적 필요성을 살펴봄으로써 불교의 사생관을 음미해보고 불자들이 알아야 할 지식과 마음가짐에 대해 듣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박형진(문화연구자, 화요 열린 강좌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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