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본 아름다운 우리 절|서산 상왕산 개심사__우태하·윤제학

 

 

개심사 배롱나무 꽃그늘 아래서

2018년 여름. 훗날 우리는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요. ‘화탕(火湯)’ 지옥이 따로 없었다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생각돌이켜 초목의 뿌리를 생각해봅니다. 실뿌리의 노고가 여간 아니겠지요. 맨살을 땡볕에 내주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푸른 잎의 여유는, 필시 거기서 나올 것입니다. 우리 사는 일도 그렇지요. 저마다 흘리는 땀은 실뿌리의 노고와 다름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광합성을 할 수 없습니다. 스스로의 힘으로는 여유를 부릴 재간이 없지요. 인간이란 동물의 숙명적 슬픔입니다. 인간이 사는 이 세상을감인세계(堪忍世界)’라 한 부처님의 말씀은 옳고 또 옳습니다. 인간의 품격이라는 것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진실로 기꺼운가 그렇지 않은가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감인(堪忍)의 도를 구하고자 하면, 여름개심사를 가봐야 합니다.

지금개심사연못가에는 배롱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무더위 따위는 아랑곳 않습니다. 뙤약볕 아래서 의연하기로 치면 이 나무가 으뜸일 것입니다. 100일 동안 피고 지기를 거듭해 가을까지 꽃그늘을 드리웁니다. 당연히 그 꽃그늘에 누워봐야겠지요. 꽃그늘이라 해서 더 시원할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나무의 한 부분이 될 수는 있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천수경』이 펼쳐 보이는) “내가 화탕(火湯)으로 가면 화탕이 절로 사라지는세계에 드는 셈입니다.

배롱나무 꽃그늘에서 나와 외나무다리를 건너 돌계단을 오르면 부처님의 땅입니다. 춤추듯 휘어진 기둥으로 세운 종각을 지나 안양루를 비껴 오르면 심검당과 무량수각이 좌우에 앉아서 대웅보전(보물 제143)과 함께 네모꼴 마당을 이룹니다.

대웅보전은 다포계와 주심포계 양식을 함께 갖춘 건물로 건축사적 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휘어진 나무 모습 그대로 지은 심검당에 더 눈길이 갑니다. 우리 절집에서 더러 보는 모습이지만, 개심사의 심검당은 반듯한 대웅보전과 대조를 이루면서 그 자연미의 구경을 보여줍니다. 섬세한 파격이어서 대범하고, 소박하되 궁색하지 않아서 중후합니다. 정녕 불제자의 집입니다.

개심사는 654(백제 의자왕 14)에 혜감 국사가 개원사(開元寺)로 창건했고, 1350(충정왕 2)에 처능 스님이 중창하면서 개심사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이후 중창과 중수를 거듭했고 현재의 모습은 1955년에 크게 다듬고 고친 다음부터입니다.

이 여름도 곧 가겠지요. 화탕 지옥 같았다 했어도 실은 온갖 곡식과 과일을 길러주었습니다. 우리는 그 화탕의 시간을 초목의 실뿌리처럼 살아냈습니다. 화탕이 스스로 소멸되게 한 것입니다. 개심사 배롱나무 꽃으로부터 전해 들은 한 소식입니다.

사진│우태하(항공사진가), 글│윤제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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