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기획 | 행복 : 마음의 지혜와 과학 8__석봉래

명상과 불교적 행복

석봉래|미국 앨버니아 대학교 니액 연구 교수

 

행복해지는 방법 – 감사와 봉사

긍정 심리학의 주장을 들어보면 별반 새로운 내용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긍정 심리학의 행복 연구를 그냥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행복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는 객관적 관찰과 측정을 통해 발전된 것이라서 행복에 관한 철학적 주장이나 주관적 주장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먼저 행복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는 행복의 전체적 측면보다는 행복감에 집중하고 있다. 행복감은 주관적인 느낌이기는 하지만 행복의 전체적 측면보다는 측정하기 용이하다는 점이 있다. 또 한 행복감에 관한 연구는 일정한 시간적 한계를 두고 진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인생 전체를 바 라본다든지 수십 년 동안의 삶을 평가한다든지 하는 것보다는 보다 단기간에 나타나는 행복감 의 변화를 측정하는 것이 행복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에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장기적인 행복 감 연구가 없지는 않지만 행복감의 지각이 시간에 따라 상대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 에 장기간의 느낌에 대해서는 객관적이 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행복 연구는 단기 간의 행복감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연구를 통해 행복감에 대한 많은 정보 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디너(Edward Diener) 박사 연구에 따르면 교육 수준, 지능지수, 젊음, 좋은 날씨(맑은 날의 일수) 등은 행복감과 특별히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결혼

한 사람이 미혼자보다 더 행복하지만 그 이유는 시작점에서 기혼자의 행복감이 높기 때문일지 도 모른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런데 그것이 신앙 때문인지 아니면 종교를 통한 사회적 관계의 심화나 확장 때문인지는 불분 명하다. 가족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높았 다. 이런 연구는 행복감에 대한 미국 사람들의 느낌과 생각을 측정한 것이므로 한국인들의 행 복감과는 다를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듯하다. 특별히 돈과 행복의 관계 에 관해서 나타난 결과는 매우 흥미롭다. 기본적인 생활의 필요가 충족된 이후에는 부가적 수 입이 행복감의 변동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이런 연구들 중에 한 가지 흥미 있는 점은 행복감을 의도적인 활동을 통해 증가시킬 수 있다 는 점이다. 소냐 류보미르스키(Sonja Lyubomirsky)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행복감을 증가시키는 몇 가지 효과적인 활동이 있다. 그중 하나는 감사 일기를 쓰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감사할 일을 기 록하고 그것들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기를 쓰지 않는 사람들보다 행복감이 높은 것으로 관찰되었다. 다른 연구에서는 감사 일기가 단순한 행복감뿐만 아니라 신체적 건강과 활력을 증 진시키고 피로감을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다음으로 행복감을 증진시키는 활동은 양 로원이나 고아원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남을 위해 도움을 주고 수고를 아끼지 않는 선행은 행복감을 상승시켜주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또한 셀리그먼(Martin Seligman) 박사에따르면신세를진분들에게감사의편지를쓰거나직접이들을찾아가서감사의말을전 하는 것은 행복감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한다. 이에 덧붙여 매일 하루 일을 돌아보면서 잘된 일 세 가지와 왜 이 일들이 잘되었는지를 기록하면 행복감의 상승이 지속된다고 한다. 간 단히 말하면 감사 편지나 감사 일기를 쓰는 것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행복감 증진에 도 움이 된다고 한다. 이런 연구를 살펴보면, 좋은 일을 하면 가슴이 뿌듯해진다든지 감사의 뜻을 전하면 마음이 즐거워진다든지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행복감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감사 심리는 감사를 받는 사람들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긍정 적인 영향을 준다. 자신의 일을 타인의 탓으로 전가하고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마음에 부담을 남기지만 타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는 것은 긍정적 에너지를 나와 타인에게 동시에 축적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와 더불어 봉사활동이 행복감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는 많은 봉사자들의 경험과도 부합되는 면이 있다. 봉사하시는 분들은 봉사활동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에게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의 생활에도 긍정적 에너지를 주었다고 한

다. 타인을 돕는 것을 통해서 자신을 돕게 되었다는 조금 역설적인 경험을 이야기하는 봉사자 들도 많다. 행복에는 이러한 작은 봉사가 긍정의 메아리를 울려서 관련된 모든 분들이 좋은 영 향을 받는 긍정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 작용하는 것 같다. 불교에서 말하는 선업(善業)을 쌓 는다는것은바로이런일을두고하는말일것이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 빠지는 행복과 깨어난 행복

긍정 심리학이 보여주는 행복의 모습은 대략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소로 정리할 수 있 다. 행복(혹은 행복감)은 긍정의 정서를 통해 나타나는데 그것은 즐거움(pleasure), 사회적 참여 (engagement), 그리고 의미 있는 활동(meaningful pursuit)에 기반을 둔다. 이러한 행복의 심리적 특징은 많은 분들의 설문 조사나 행동 관찰을 통해 정리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행복의 특징들 을 잘 나타내는 현상이 포착되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행복 연구에서 행복 상 태의 고유성을 몰입(沒入, flow, 플로, 흐름, 침잠, 빠짐)이라는 마음의 상태로 설명한다. 몰입은 정신 집중 상태의 일종인데 어떤 일에 집중해 그 활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동시에 즐기는 상 태이다. 이 몰입은 한 가지 활동에 자신의 전체가 흡수되어 그 활동에 전념하는 동시에 그 활 동을 즐기고 또한 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성장과 완성도 체험하는 독특한 상황을 말한다. 칙센 트미하이의 몰입은 불교의 삼매와 비교될 수 있다. 불교 용어에 삼매(三昧)라는 말이 있는데 이 용어는 산스크리트어 사마디(Samadhi)의 한역(漢譯)이며 명상의 적정 상태(寂靜, 조용하게 마음을 모 은 상태) 혹은 순수한 의식의 집중 상태를 말한다. 일상적 용어로 설명한다면 몰입이나 삼매는 어떤 일에 몰두해 푹 빠진 상태를 말한다. 물론 단순한 푹 빠진 상태나 넋이 나간 상태와 몰입 은 다르며 또한 몰입과 불교의 삼매도 정확히 같은 것은 아니다. 매우 단순하게 말한다면 칙센 트미하이의 몰입은 푹 빠진 마음의 상태가 주는 보람 있고 즐거운 성취감이다. 이것이 바로 ‘푹 빠진’ 행복이다.

이 몰입이 주는 행복의 긍정적 감각은 감각과 지각과 의식이 일체가 되는 상태이며 자신의 정체성과 목표, 관심 그리고 활동이 연합되는 것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몰입된 활 동은 보통 열정적인 만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목적 달성을 완성한다. 그래서 한국어로 표 현한다면 몰입은 ‘신들린 듯한’ 혹은 ‘훨훨 나는’ 활동을 보여준다. 영어로는 이 상태를 ‘being in the zone([궁극의] 경지에 놓여 있음)’이라고 표현한다. 이 상태는 엄밀히 말해서 넋이 완전히 나 간 혹은 의식이 없는 상태는 아니다. 그러나 나와 나의 마음과 행동이 의미 있는 일체감이 되

는 상황이다. 그래서 종종 시간 감각이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집중해 일을 잘 처리하는 경우 그 사람은 종종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에 전념하게 된 다. 한 시간이 10분 정도로 느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론 신나는 영화나 음악을 들 으면 그런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만, 몰입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시간 감각의 상실은 적극적이 고 의미 있고 활동적인 작업에서 나타나는 깊은 집중의 결과이다. 따라서 도박에 빠져 시간 가 는 줄 모르는 상황을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이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뛰어난 피아노 연주가 가 한두 시간 동안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느끼는 집중 같은 것은 몰입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수 있고 스스로 건강하게 발전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활동에서 집 중하는 경우가 몰입인 것이다. 이에 덧붙여 몰입의 상황에 놓이면 보람과 즐거움이 자연스럽 게 나타난다. 이러한 보람과 즐거움은 단순히 활동의 결과물에 대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에 대 해서 느끼게 된다. 이러한 일체감과 집중 그리고 보람이 주는 즐거움은 의미와 성장의 즐거움 이며 그것은 바로 긍정 심리학의 행복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이런 몰입을 자주 경험하면 신바 람 난 인생이 되는 것이다. 아마도 알랭(Alain, 본명은 에밀-오귀스트 샤르티에, Emile-Auguste Chartier, 1868~1951)이 그의 행복론에서 격무에 시달리는 파리의 경찰 서장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 이 유는 바로 이 몰입 때문일지도 모른다.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은 자기실현적 행복론(유다이모니즘)을 잘 종합하고 있다. 몰입의 자기실 현적 요소는 행복이 집중된 활동과 한 사람의 자아감이 직결됨으로써 나타난다는 점에서 드러 난다. 따라서 몰입의 핵심적 내용을 축약한다면 ‘의미 있는 자기 성장의 즐거움이 마음의 집중

상태에서 나타남’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많은 분들이 경험한 행복감과 일치하는 경우가 많 다. 이렇게 해서 몰입은 균형 잡힌 자기실현적 행복론으로 정리된다. 그런데 몰입은 독특한 즐 거움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기실현의 행복은 쾌감의 요소까지 갖추고 있다. 물론 이 쾌감은 쾌락 지상주의적인 쾌감은 아니지만 행복이 주는 인생의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쾌감이다. 이것은 짜릿한 즐거움이라기보다는 가슴 뿌듯한 보람의 즐거움이다. 이리하여 자기실현성과 쾌감이 함께하는 행복이 완성된다. 그런데 자기실현과 쾌락의 이 두 가지 행복 말고 다른 방식 의 행복이 가능한가? 여기서 불교적 행복론이 제공하는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몰입이 주는 푹 빠진 행복이 있다면 반대로 깨어나는 행복도 있다. 이것은 불교의 행복이다. 불교는 깨어난 혹 은 각성한(awakened) 자들의 전통이라고 한다. 불교적 행복은, 앞서도 설명되었듯이, 잠자는 행 복이 아니라 깨어나는 행복이며 외적인 성취의 행복이 아니라 마음의 순수 활동이 주는 행복 이다. 이것은 몰입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실현적 행복도 쾌락주의적 행 복도 아닌 제3의 행복이다. 다음 호에서는 어떻게 이러한 새로운 행복의 길이 가능한지 불교적 행복의 특징들을 조사하면서 살펴보기로 한다.

불교의 행복은 깨어나는 행복이다. 불교는 깨어난 혹은 각 성한(awakened) 자들의 전통이라고 한다.

불교적 행복은, 잠자는 행복이 아니라 깨어나는 행복이며

외적인 성취의 행복이 아니라 마음의 순수 활동이 주는 행복이다. 이것은 몰입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기실현적 행복도 쾌락주의적 행복도 아닌 제3의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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