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

장경호 거사

대원 장경호 거사

이 땅에 태어나 불교와 인연을 맺은 것에 너무나 감사한 이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바로 한국 불교 중흥을 평생의 염원으로 삼고 살다간 대원大圓 장경호張敬浩 거사입니다. 그는 동국제강의 창업자로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만 한국 불교에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으신 사람이라면 그를 이 땅의 유마거사라 기억할 것입니다.

대원 장경호 거사는 사회적으로 철강 산업을 통해 나라에 보국하려는 뜻을 품고 제강공업에 큰 업적을 남기었고, 한국 불교에 있어서는 일생을 불교 대중화에 헌신하셨고, 열반에 이르러서는 사재 전액을 불교계에 헌납하여 불은에 보답한 이 시대의 진정한 불자였습니다.

거사는 인동仁同 장씨 남산파南山派 31대손으로, 1899년 9월 7일 부산 동래군 사중면 초량동에서 부친이신 장윤식張允植, 모친인 문염이文念伊씨의 네 아들 가운데 셋째 아들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지금의 부산시 동구 초량동 207번지로 기록되어 있는 중앙시장 뒤 청과시장이 자리한 곳에서 보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온 나라가 비분과 통곡으로 가득 찬 시기에 17세 소년이었던 거사는 갑작스런 동생의 죽음을 맞이하였고, 이러한 번뇌와 좌절의 시기에 그가 찾게 된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가 기업활동을 하는 불자로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평생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특히 거사는 스물일곱에 통도사에서 구하九河 스님으로부터 만법귀일萬法歸一 일귀하처一歸何處, 즉 ‘만법은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라는 화두를 받고 안거를 시작하였고, 안거를 마친 후에는 상업에 종사하여 큰돈을 벌어 그 모든 것을 불교에 바칠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그리고 거사는 그 서원을 이루기 위하여 하루 네 시간씩 참선정진을 하였으며, 매년 선방 안거에 입방하여 철저한 수행자로서, 또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기업가로서 한걸음씩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1967년 거사는 불서보급사를 설립하여 문서포교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1970년에는 재단법인 대원정사를 설립하여 도심포교의 전형을 보여주는 불교회관을 준공하여 불교계 최초의 교양불교대학인 대원불교대학을 개원하였고, 1972년 9월 30일에는 ‘자아自我를 발견하여 지상에 낙원을 이룩한다’는 구호 하에 범불교적인 신행단체인 대원회를 설립하여 시민선방 개원 등 대중불교 운동에 박차를 가하였습니다.

특히 거사는 평소 “라디오를 틀면 목탁소리가 늘 나오고, 스님들의 법문을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방송을 세워야 한다”는 염원을 자주 말씀하셨는데, 이는 후에 세계 최초의 불교공영방송인 불교방송 설립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1975년, 이생의 인연이 다하셨음을 헤아리고 불교 중흥을 위해 사용해 달라는 편지를 고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하며 30억 6천여만 원이라는 거액을 기탁하였고, 그 재원을 통해 1975년 8월 16일 문화공보부로부터 재단의 설립허가를 받아 오늘의 한국 불교 중흥과 BBS불교방송 설립의 모태가 되는 (재)대한불교진흥원이 설립되었다. 그리고 1975년 9월 9일 이생의 인연을 모두 마치고 타계한 거사의 정신과 염원은 지금의 (재)대한불교진흥원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불자들에게 면면히 전해지고 있습니다.

설립취지문

불교가 이 땅에 전래된 지 1600여 년, 불교는 우리 민족사와 운명을 같이해 온 종교로서 국가위난을 극복하기 위해 결연히 일어선 호국 안민의 종교요, 사상이요, 생활 이상(理想)이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삼국 통일의 전야에는 불교 정신의 올바른 실천을 통해 민족의 대동단결을 성취할 수 있었고, 고려 때는 거란과 몽고의 야만적 유린을 막는 데 이바지했으며, 숭유억불의 조선에 와서도 임진왜란 등의 비상시에는 풍전등화 같은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 과감히 궐기, 호국 종교로서의 사명을 다했을 뿐만 아니라 일제 탄압 아래서도 민족 주체 의식을 굳건히 지켜 왔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민족정기와 전통문화 창달에 크게 기여한 불교가 오늘에 와서 인간의 정신향도에 무기력해진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 불교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어려운 국가적 현실을 직시하고 구력(救力)의 정법 이념을 드높이 내걸어 민족의 정신생활에 지표가 되어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사 중심의 의식과 기도에 치우친 소극적·관념적 무사안일에서 벗어나 번뇌와 정신적 갈등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야 하겠으며, 고질적 병폐인 교리를 빙자한 분열과 분파로 배타·비난하는 퇴영적 종파 불교의 폐습을 불식하고 통불교 이념(불교는 하나다)으로 화합·단결해야 할 줄 압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불교의 면모를 쇄신하고 국민정신의 진작에 원동력이 됨은 물론, 나아가서는 국태민안으로 국가 번영에 공헌하리라고 믿습니다.
이에 우리들은 지난 7월, 숨은 불자 대원(大圓) 장경호(張敬浩) 거사가 불교 중흥을 위해 희사한 30억여 원으로 본 법인을 설립해 국민정신을 계도하라는 박정희 대통령 각하의 뜻을 구현하고, 앞으로 동참할 유지들의 희사를 재원으로 더욱 확대하면서 불교 중흥의 당위적인 사업에 기여코자 하는 바입니다.

1975년 8월 16일
재단법인 대한불교진흥원 설립위원회

정재헌납서한

1975년 동국제강 창업주 대원 장경호 거사께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간절한 서한과 함께 정재 30억 6천만 원을 헌납하며 불교진흥을 위해 써줄 것을 당부하였다.

尊敬하옵는 朴正熙大統領閣下에게 삼가 이 글월을 올립니다. 激動하는 國內外情勢속에서 國家發展과 民族의 安寧 및 中興을 爲하여 힘쓰고 계신 大統領閣下께 忠心으로 感謝의 뜻을 表합니다.

더욱이 北韓共産徒黨들이 또다시 民族的 悲劇인 大殺戮의 妄想을 꿈꾸고 있는 이마당에 國家危難을 國民總和와 總力安保로 克服하시려는 領導者로서의 閣下의 의연한 決意와 姿勢는 정말로 든든하옵고, 이를 위해 不撤晝夜 골몰하시는 閣下의 모습이 눈에 선하오며, 그 勞苦에 새삼 感謝와 悚懼함을 禁치 못하는 바입니다.

至誠이면 感天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마는, 閣下의 확고한 信念과 오랜 忍苦의 보람으로, 지금 全國 坊坊曲曲에서는 勤勉·自助·協同하는 새마을運動이 요원의 불길처럼 번지고 있고, 우리들의 生命과 財産을 지키며 國家를 반석 위에 세우려는 維新果業의 수행대열에 國民 모두가 흔쾌히 參與하고 있음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람은 올해 七七세의 高齡인 東國製鋼의 創業者 張敬浩입니다. 이제 멀지 않아 이 生을 마칠 것을 내다보고, 人生無常의 大道앞에, 조용히 그리고 엄숙한 마음으로 옷깃을 여미며, ‘永遠한 眞正’을 閣下에게 말씀드리게 된 것을 한량없는 榮光과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本人 張敬浩는, 平素 소박한 生活信條로서 男子로 태어난 것과, 大韓民國에 태어난 것과, 佛敎를 信奉하게 된 것을 辛福으로 生覺하고, 항상 感謝하였습니다. 그리고 消費産業이 아닌 國家의 基幹産業을 일으켜 産業報國하려는데 뜻을 두고 시작한 製鋼工業이 조그마한 業績이나마 남기게 되었다면, 그것은 國家·社會의 恩惠에 힘입은 바 큰 것이며, 이 또한 感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本 小佛者는 平生을 통해서 오직 勤勉과 儉約으로 一貫해서 企業을 키워나왔사오며, 그 결과 本人에게 돌아오는 얼마간의 私有財産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이 財産은 저에게는 畢生의 피와 땀의 代價라 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大統領閣下, 앞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國家와 社會 그리고 부처님의 恩惠를 입은 제가 그 은혜에 報答하는 길이 무엇인가 곰곰히 생각한 결과, 本人名義의 모든 私有財産을 落後한 韓國佛敎의 中興事業을 위해 내어 놓기로 하였습니다. 閣下께서는 저의 뜻을 받아 주시옵고, 國家의 도움 없이는 宗敎가 存立·발전할 수 없는 만큼, 佛敎中興을 위하여 大統領閣下의 각별하신 下念이 계시옵기 바랍니다.

本 小佛者가 이토록 佛敎中興을 念願하게 된 것은 그 어떤 主義나 思想보다도 佛陀의 精神이 건전하며, 人間의 幸福과 社會倫理를 진작하고, 國家를 사랑하고 지키는 데 佛敎가 큰 몫을 하리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佛敎가 이 땅에 傳來된지 一천六백여년 동안, 新羅統一의 原動力으로서 찬란한 文化를 創造하였고, 高麗때에는 國民總和精神의 뿌리를 이루었으며, 崇儒抑佛의 李朝 때에도 國家累卵의 危機를 막기 위해 壬辰倭亂에서 護國宗敎로서의 眞髓를 발휘하였고, 日帝 탄압 밑에서도 民族主體정신을 지켜온 傳統이 立證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三界의 大導師시고, 四生의 慈父이신 釋迦牟尼佛께서는 迷妄에서 彷徨하시는 人類에게 絶對的 自我의 발견으로 人間完成과 世界平和의 밝은 길을 敎示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眞理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리하여 오늘날 世界는 戰爭의 慘禍와 不安 공포에 떨고 있고, 人間性은 점점 상실되어 精神的 갈등 속에 온갖 不純한 思想으로 社會혼란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世界的 危機現象과 不斷히 變化하는 內外의 어려운 與件속에서도 閣下께서는 祖國近代化 작업을 전개하며, 한편으로는 國家安保를 튼튼히 하고, 또 한편으로는 國民經濟를 발전시키고, 民族的 自覺을 통한 國民總和를 이룩하는데 힘쓰고 계십니다.

이러한 때에 어느 宗敎보다도 우리 民族의 正氣와 傳統文化에 큰 몫을 한 佛敎가 오늘날 人間의 精神嚮導에 無氣力해진 데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 禁할 수 없사오며, 이 기회에 다시금 새로운 生氣를 韓國佛敎에 불어넣어야 할 줄 믿습니다.

참된 宗敎는 人間의 생각을 가장 건전하게 이끌고, 올바른 生活을 통하여 幸福을 누리게 하며, 나아가 社會倫理 진작과 國家發展으로 昇華시키는 그 存在가치가 있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이제 우리 佛敎는 오랜 잠에서 깨어나, 어려운 國家的 現實을 直視하고, 救力의 正法理念을 드높이 내걸고, 國民의 精神生活에 指標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볼때 오늘의 韓國佛敎는 自覺과 反省으로 一大改革의 時點에 다다른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山寺中心의 儀式과 祈福에 치우친 소극적 觀念的 無事安逸主義에서 벗어나 번뇌와 정신적 갈등 속에 방황하는 現代人들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어야 하며 고질적 병폐인 敎理를 빙자한 분열과 分派도 排他,비난하는 退的 宗派佛敎의 폐습을 불식하고 通佛敎理念으로 四部大衆은 本質的 平等 속에 和合단결해야 할 줄 압니다.

이렇게 하여 佛敎가 바로 설 때 國民精神이 올바로 설 것이며 佛光이 온누리에 비칠 때, 이 땅 이 民族이 國泰民安 속에 繁榮·發展하고, 나아가 全世界는 自由와 平和가 이룩될 것으로 믿습니다.

大統領閣下, 世上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은 많을 줄 압니다. 그 좋은 일이란, 自己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衆生을 위하는 길이며, 佛敎가 人間精神을 善導하고 어려운 때일수록 國家民族을 守護·發展시키는데 重要하다고 確信하게 된 本人은 오직 佛敎中興이라는 一念만으로 저의 조그마한 私財를 내어 놓게 되었습니다.

歷代의 어느 國家指導者보다도 佛敎에 대한 참된 理解와 聲援이 계시는 朴大統領閣下께서는 저의 이 微衷을 굽어 살펴주시옵고, 이것을 中興佛事를 위한 한 轉機로 삼으셔서 歷史的인 佛敎發展을 위해 큰 配慮를 베풀어 주시옵기를 다시금 간절히 願합니다.

끝으로 大統領閣下께서 國家를 領導하시는데 부처님의 加護가 항상 함께 하셔서, 밝은 지혜와 큰 能力속에 萬壽無疆하시기를 빌어 마지 않습니다.

一九七五年 七月 十日

張敬浩 合掌 再拜